우울증, 우울장애, 광장공포증 상담 3회차 (수정)
총 상담 3회차, 닥터와의 상담 2회차.
4/20/2016 수요일.
며칠 전이라 기억이 또렷이 나지는 않는다.
닥터와의 첫 상담 이후 바로 다음날이었다.
닥터는 첫번째 상담 이후에 어떤 반응, 생각이 들었는지 물었다.
나는 심리치료를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닥터에게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나는 닥터에게 솔직히 이 상담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고, 닥터는 그게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난 닥터에게 대화만으로 우울증이 치료될 수 있는 거냐고 물었고, 닥터는 모든 심리상담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닥터는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편해진 모습으로 발걸음을 뗀다고, 내가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심리상담을 끝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언니와 엄마가 와있다고 말했고, 닥터는 그게 나한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닥터는 혹시 내가 교수들에게 가져다 줄 doctor's note 가 필요한지 물었다.
나는 필요하다고 말했고, 닥터는 나의 프라이버시가 매우 중요하며 교수에게 쓸 내용을 읊어줬다.
내용은 대충 이랬다.
디어 교수 누구누구.
나는 닥터 클레멘츠이며 미스리의 심리상담을 맡고 있다.
미스 리는 현재 우울증과 불안을 겪고 있으며, 당신에게 이 이슈에 대해 말하는 것 또한 굉장한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고 그녀에게는 큰 용기를 요하는 일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녀는 공공 장소에 나가는 것, 일상적인 집중, 그리고 이런 이슈에 대해 말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스리는 당신의 수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길 원하고 있으니 이런 이슈에 대한 이해가 매우 감사하게 여겨질 것이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면 나에게 전화해라.
닥터 클레멘츠.
그리고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교수 누구누구에게 밝혀도 된다는 내용의 문서에 사인을 했다.
이메일을 적는동안 닥터는 나의 전공을 물었다.
난 연극과 경영이라고, 이상한 조합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닥터는 본인은 음악과 경영 전공이었다고 했다.
나는 닥터에게 그런데 어떻게 심리학자가 되었냐고 물었는데, 닥터는 회계수업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난 회계수업이 뭐가 어쨌냐고 물었고, 닥터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경영을 하고싶지 않아졌다고 했다.
나와 닥터는 웃었다.
난 닥터에게 음악으로 직업을 계속 가지고 싶지 않았냐고 물었고 닥터는 그렇기도 했지만 심리학이 재미있었고 더 유망해보였다고 대답했다.
음악을 공부할 때는 더블베이스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했다고 말했다.
난 나도 더블베이스 연주를 한다고 반가워했다.
닥터는 얼마 후 나에게 완성된 이메일을 보여주면서 더하거나 빼고싶은 내용이 있는지 물어봤다.
이메일 안에 내가 우울증과 불안을 겪고 있다고 써있는 걸 읽었다.
나는 닥터에게 불안(Anxiety)라고 쓴게 맞냐고 물었고, 닥터는 맞다고 말했다.
본인의 진단 기준에 있어서 너는 광장공포증과 우울증을 함께 겪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우울해서 집에 있었던 게 아니라, 밖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난 후 집에 틀어박혔고, 또 그 이후에도 빌딩에서 빌딩 사이에 울까봐 무서워서 못나갔다고.
이건 불안과 우울이 함께 있는거라고 말했다.
난 공공장소에 나가고 일상적인 집중, 그리고 이런 이슈에 대해 교수에게 말하는 것이 나에게 아주 큰 용기를 요한다는 내용을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말로 하는것보단 편지로 전하는게 나을거 같아 그냥 두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넌 언제든지 이 편지를 버려도 되고, 전하고 싶지 않으면 전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교수에게 말하고나서 편지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냥 말하면서 전해도 되고, 너무 힘들면 편지만 전하라고 했다.
어떤 교수들은 편지의 내용을 받아들이고, 어떤 교수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고 나니 상담시간이 다됐다.
다음 상담은 25일 월요일로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