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한풀이

우울증, 우울장애, 광장공포증 상담 4회차

정육의정육점 2016. 4. 26. 12:42

우울증 상담 4회차

닥터와의 상담 3회차

4/25/2016


오늘은 약 5분정도 늦었다.

닥터가 앉자마자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고, 난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괜찮다고 대답했다.

닥터는 지난 주에 적어준 레터는 교수님들에게 전해줬냐고 물었고, 난 아니라고 대답했다.

더 늦기 전에 얼른 교수들을 찾아가라고 말했고, 난 알겠다고 했다.

교수들을 찾아가기에 두려운 점이 있냐고 물었고, 난 있다고 했다.

한 교수님이 항상 에너지 넘치고 밝은 사람이라, 그 사람도 그 사람 나름의 문제가 없을 수가 없을텐데 항상 밝은 기운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사람이니까, '나도 이렇게 버티는데 왜 넌 못해' 라는 눈빛을 받을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닥터는 교수님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더 얘기하고 싶어하는 모양이었지만 난 그거에 대해서 그닥 생각한 바가 없기 때문에 다른 주제를 꺼냈다.

좋은 소식이 있다고 웃으며 닥터에게 말했다.

언니와 엄마가 미국에 방문했을 당시에 나에게 한국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어줬다고 말했다.

한국에 갈지 말지, 일년을 자의로 버틸수 있을지 없을지 결정을 못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었는데, 언니가 대신 결정을 내려줬다고 했다.



아빠와 엄마


아빠와 엄마에 대해서 말했다.

아빠는 나의 성(=여성)에 대해서 불만족스러워 했으며 그걸 나에게 표현했고, 때때로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을 했다.

엄마=좋은 사람, 아빠=나쁜 사람 이라는 구도가 내 머릿속에 박혀있다고 말했다.

닥터는 아팠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언니는 상처가 되는 순간들에 나를 보호하는 위치에 서있었다고 말했고, 그게 고맙다고 했다.

언니가 내 부모님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언니와 사생활


언니가 나의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는다. 나의 블로그를 검색해서 들어왔다. 

나의 방을 때때로 뒤지기도 한다는걸 닥터에게 말했다. 닥터 표정이 묘했다. 

닥터는 그에대한 나의 감정을 물었고, 나는 언니가 중요한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액션을 취하지 않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이번에 우울증이라는걸 알게 되고 엄마에게 말하지 말랬지만 말했다. 

언니가 판단하기에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액션을 취했다. 

어렸을때 야동을 언니한테 들켰다. 

언니가 판단하기에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대체로 액션은 부모님께 말씀 드리고 도움을 구하는 것. 

나는 이번에 언니가 한 판단에 대해 감사하고 있기 때문에 언니의 판단을 신뢰한다고 닥터에게 말했으나, 닥터는 꺼림칙한 표정이었다. 

나 또한 나의 사생활에 대한 결정권을 언니가 가지고 있다는 것에 완벽히 만족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신뢰와 애착이 강하기 때문에 굳이 바꾸려 하지 않는다.



전전남친 얘기 


그러나 그런 언니도 나와 동거했던 전전남친의 이야기는 모른다. 

그는 나의 고독에 대한 집착이 강했고 다른 남자에 대한 적대감도 강했다. 

그는 때때로 감정적이 되었을 때 폭력적인 언사를 했으며 일상생활에 대한 분노와 불편함의 방향을 나에게 향하기도 했다. 

그는 이별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수면제를 여러개 먹고 이제 잠이 들겠다는 거짓말로 나를 친구집이 아닌 나와 그의 집으로 오게 만들었고, 그 일 이후에 나는 자살로 위협하는 남자친구들에 대한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정말 많은 사례들이 있었다....ㅎ). 

그 글들은 대체적으로 너의 이별통보에 자살 위협으로 대처하는 남자친구들 혹은 연인들의 의도는 너의 행동을 조종하기 위한 것이며 실제로 자살을 하려는 게 아니라고 적혀있었다.

자극을 받으면 충동적으로 자살할 수 있으니 따뜻하게 들어주고 공감해주되 당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라고 조언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내 앞에서 손목을 그었고 난 가족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닥터는 왜 언니에게 얘기하지 않았냐고 물어봤고, 난 한국의 동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 설명했다.

마침 시간이 다 되었고, 닥터는 다음 세션에서 손목얘기에 대해서 더 듣자고했다.


나는 닥터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이유를 물었다.

난 이미 어느정도 그 일에 대해서 무감각...은 아니지만 매초 생각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게 되었고, 그걸 다시 상기하는게 괴롭기 때문에 잊고 싶다고 말했다. 

닥터는 이야기 하면서 치료가 될 수도 있으며, 그 일에 대해서 알고싶은 이유는 굉장히 많다고 답변했다.

닥터는 전문가니까. 만족스러운 답변은 아니었지만 수긍하고 방을 나갔다.



수요일 오전

금요일 오후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