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한풀이

우울증, 우울장애 상담 2회차

정육의정육점 2016. 4. 21. 17:32

이틀이나 지났다.

학교 상담사에게 심리치료와 약물치료 선생님들 연락처를 받아왔다.

Dr. Ryan Clements 라는 학교근처 선생님 먼저 찾아갔다.


학교 상담실이랑 비슷하게 내 증상들이랑 프라이버시 내용에 대해서 동의하는 싸인을 하고, (대체로 내가 죽거나 누굴 죽이는 등의 상황에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내용) 치료실로 들어갔다.

증상들은 서술형으로 쓰는 부분도 있고, 증상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1-5로 나누어 학업, 가족관계 등으로 체크하는 부분도 있다.

닥터가 일단 먼저 내가 적어온 증상을 살펴 본 후에 앉았다.

꽤 사람좋아보이는 대머리 아저씨였다.

한국의 내과 등의 일반적인 진료실에 비하면 닥터랑 꽤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앉자마자 하는 소리는 우울증이 있는데 그런 경우에 자신을 해치고 싶다거나 남을 해치고 싶어하는 경우도 많다고, 그런 충동이 들면 닥터에게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남을 해치고 싶은 경우는 1도 없었고, 자해에 대한 생각이 든 경우는 종종 있었기 때문에 얘기했으나 삶을 끝내고 싶은 생각은 든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해 또한 생각만 들었지 실제로 한적은 없다고 말했다.

닥터는 어떤 생각이 자해를 하는걸 막았냐고 물어봤고,

난 흉터가 걱정된다고, 지금 안좋은 순간들을 내 몸에 영원히 남기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닥터는 그게 굉장히 좋은 생각이라며 칭찬했다.


그리고나서 본인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감이 잘 안잡혔다.

우울하니까 고쳐달라고? 안 우는 약을 달라고? 징징대란 소린가?

이렇게 심리치료 상담을 해본것도 처음이거니와 내가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닥터를 찾아간건데.

혼란스러워서 그냥 내가 왜 왔는지 얘기하기로 했다.


지난 2-3주간 방에만 있었고 밖에도 수업에도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이전에 전남친과 이별을 했고, 이별한 얼마 이후에 방에 틀어박혔다고 말했다.

방에 앉아서 먹고 자고 울고 자고 했다고 말했다.

많이 먹을 수 없었고, 조금 먹어도 속이 불편했다고, 평소랑 비슷하게 먹어도 토했다고 했다.

닥터는 뭔가를 막 적었다.

그러더니 스스로 토하게 만든게 처음이냐고 물어봤다.

아니라고 했더니 역사를 말하라고 했다.


처음 토한건 중학교때, 마르고 싶어서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종종 1년에 1-2번가량 과식한 경우에 토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에 토한건 과식해서가 아니라고 말했다.

닥터는 과식하면 죄책감을 느끼냐고 물어봤고, 난 아니라고 했다.

나의 우울은 단식 폭식등에서 온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내가 방에 틀어박힌 첫 날이 내가 수업시간에 울음을 터뜨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건물에서 건물까지 가는게 너무 힘들다고, 중간에 울고 싶을 때 들어가서 울 수 있는 화장실이 없는게 싫다고 말했다.

닥터는 광장공포를 얘기했다.

내가 방에 틀어박힌게 우울 때문이 아니라 다른사람에게 우울한걸 보이는걸 두려워하기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곧 졸업할 예정이며 교수들에게 만나서 나의 우울에 대해서 말했다고 얘기했다. (사실 한 명이지만)

그리고 전 남친과의 이별이 우울에 영향을 끼친 이유를 내 나름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전 남친의 자해와 협박 집착이 나를 고립하게 만들었고, 그 순간에 기댈 수 있던 곳이 전남친 뿐이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엄마와 언니가 미국에 와있으며 그 후로 밖에도 나가고 수업도 가고 과제도 한다고 말했다.

또 그 두사람이 내 우울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고 그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곧 떠날 것이며 그게 무척 걱정된다고.

또 졸업 이후에 미국에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울었다. 코도 풀었다.

음. 심리치료라는게 뭐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닥터와의 첫 날은 그렇게 내 얘기만 줄창하다가 끝났다. 

끝나고 밖에 나가기 전에 문 안에 서서 잠깐 울었다.

내가 기대한 건 '당신은 우울증이군요, 이거이걸 하시고 이걸 드세요.' 였는데, 좀 달랐다.


난 매일 꿈을 꾼다.

오래 자니까 꾸는 것 같기도 하다.

매일 오래 자고 매일 꿈을 꾼다.